딸깍 콘텐츠는 잘 되고, 필살기는 외면받는다
유튜버 지하시간 인터뷰로 보는 크리에이터의 가장 솔직한 고민
유튜브를 오래 해본 크리에이터라면 한 번쯤 이런 순간을 겪습니다. 열심히 준비한 영상은 조용하고, 비교적 가볍게 만든 영상은 예상보다 훨씬 잘 나가는 순간.
유튜버 지하시간은 이 상황을 아주 정확한 단어로 구분합니다. 조회수가 잘 나오는 콘텐츠는 ‘딸깍 콘텐츠’, 혼신을 다해 만든 콘텐츠는 ‘필살기 콘텐츠’.
이번 글은 지하시간이 출연한 수상한팟캐스트를 바탕으로, 크리에이터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질문들을 하나씩 던지고, 그에 대한 지하시간의 답변을 정리한 인터뷰 형식의 콘텐츠입니다.
Q. 지하시간 채널을 한 문장으로 설명한다면 어떤 채널인가요?
저는 항상 이렇게 말해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경험하고, 그 경험에 대한 제 생각을 이야기하는 채널’이라고요.
많은 분들이 저를 IT 리뷰 채널로 알고 계시는데, 사실 저는 리뷰를 한다기보다는 에세이를 쓴다는 느낌으로 영상을 만들고 있어요. 제품 스펙을 설명하는 것보다, 그걸 쓰면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삶에서 어떤 장면이 바뀌었는지를 이야기하는 게 더 중요하거든요.
Q. 그런데 왜 많은 사람들이 지하시간을 IT 유튜버로 인식한다고 생각하세요?
제가 아니라고 해도, 사람들은 그렇게 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아이폰 리뷰 영상이 크게 터졌고, 알고리즘이 저를 IT 카테고리로 선택해버린 느낌이었어요.
그 이후에는 사실 선택지가 많이 줄어들었죠. 사람들이 기대하는 모습, 조회수가 나오는 형식, 플랫폼이 원하는 방향이 자연스럽게 정해지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힘을 주어서 만든 콘텐츠들보다 사실 대부분의 IT 기기 후기 영상이나 자취템 영상들은 ‘딸깍 콘텐츠’에 가까웠거든요. 그 영상들이 조회수가 잘 나오고 결국 그 모습으로 구독자님들께 인식되는 것 같아요.
Q. ‘딸깍 콘텐츠’라는 표현이 인상적인데, 어떤 의미인가요?
딸깍 콘텐츠라고 해서 대충 만든 영상은 아니에요. 이미 레퍼런스가 많고,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 명확한 포맷의 콘텐츠를 말하는 거예요.
예를 들면 자취템 추천, IT 기기 비교 같은 영상들이죠. 기획도 상대적으로 빠르고, 검증된 포맷이기 때문에 조회수도 안정적으로 나오는 편이에요.
Q. 그렇다면 ‘필살기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필살기는 제가 혼신을 다해서 만드는 콘텐츠예요. 뉴욕 지하철 출퇴근 시간에 직접 들어가서 촬영한 영상처럼요. 얼마전에 뉴욕까지 가서 그 영상을 찍어서 업로드했거든요.
아이디어도 새롭고, 몸도 힘들고, 시간과 비용도 훨씬 많이 들어요. 제 기준에서는 정말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콘텐츠들이죠.
Q. 하지만 필살기 콘텐츠의 반응이 기대보다 약했다고요?
네. 솔직히 말하면 거의 안 봐줘요. 뉴욕 지하철 가서 개고생했는데, 조회수는 그냥 집에서 찍은 자취템 영상보다 훨씬 낮아요.
그럴 때 괴리가 크게 느껴져요. ‘내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사람들이 보고 싶은 것’이 다르다는 걸 실감하게 되죠.
Q. 그 괴리는 크리에이터에게 어떤 영향을 주나요?
굉장히 힘들어요.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계속 들거든요.
예전에 헤드폰 리뷰를 하면서 홍대 클럽 안까지 들어가서 노이즈 캔슬링 테스트를 한 적이 있어요. 제 기준에서는 정말 재미있고 새로웠는데, 썸네일 테스트를 해보니까 정석적인 IT 썸네일이 압도적으로 반응이 좋았어요.
그때 느꼈죠. ‘아, 사람들은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와 다른 것을 원하는구나.’
Q. 그래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뭔가요?
제가 재미없는 걸 계속 만들고 싶지는 않아요. 저 스스로가 재미있어야 계속할 수 있거든요.
필살기는 보는 사람에게는 필살기가 아닐 수도 있지만, 그래도 계속 시도해야 언젠가는 설득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 캐릭터로 인식되고, 그 결로 성장하고 싶어요.
Q. 과거에 100만 유튜버 ‘육식맨’ 채널의 PD(편집자)로 일한 경험도 지금에 영향을 주었나요?
영향이 정말 컸어요. 육식맨 채널에서 약 4년 정도 편집자로 일했고, 그 옆에서 채널이 60만에서 100만 이상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직접 봤거든요.
그 경험 덕분에 ‘잘되는 채널에는 정답이 하나가 아니다’라는 걸 알게 됐어요. 어떤 채널은 재능이 압도적이라 자연스럽게 크고, 어떤 채널은 정말 치밀한 기획과 계산으로 성장하거든요.
하지만 동시에 느낀 것도 있어요. 규모가 큰 채널일수록 하고 싶은 걸 마음껏 시도하기는 더 어렵다는 점이요. 이미 많은 시청자들의 기대가 있고, 그 기대를 벗어나는 선택은 훨씬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지금 제 채널에서는, 그때 하지 못했던 시도들을 조금씩이라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진 것 같아요.
Q. 채널이 빠르게 성장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안도 있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채널은 계속 우상향하고 있어요. 망하고 있는 건 아닌데, 너무 천천히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보통은 어느 순간 확 터지는 채널들이 있잖아요. 저는 그게 없어서 오히려 더 불안해요. 그래서 계속 ‘필살기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Q. IT 유튜버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인식도 있는데, 실제로 어떤가요?
초기 비용은 확실히 들어요. 기기를 사야 하니까요.
대신 리뷰가 끝나면 중고로 판매하기도 하고, 쿠팡 파트너스나 광고 수익도 있어요. 아이폰을 100만 원에 사서 80만 원에 팔면, 20만 원이 제작비인 셈이죠.
완전히 공짜는 아니지만, 생각보다 합리적으로 운영하는 분들도 많아요.
Q. 결국 ‘지속 가능한 크리에이터’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결국 좋은 영상을 만드는 사람이 오래 간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좋은 영상이라는 건 꼭 웃기거나 자극적인 영상만을 말하는 건 아니에요. 감정을 건드리거나, 생각할 거리를 주거나, 오래 기억에 남는 영상이요.
돈 버는 법만 이야기하는 영상이 많아질수록, 플랫폼 자체는 재미없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Q. 크리에이터가 오래 가기 위해 꼭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콘텐츠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라고 생각해요. 조회수와 광고 수익에만 모든 걸 걸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계속하기가 정말 어렵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디지털 콘텐츠 판매나 후원처럼, 자신의 세계관을 좋아해주는 사람들과 직접 연결되는 구조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느껴요.
Q. 마지막으로, 같은 고민을 하는 크리에이터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저도 아직 정답을 찾은 건 아니에요.
그래도 분명한 건, 내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콘텐츠를 완전히 버리지는 말자는 거예요. 그걸 계속 만들 수 있으려면 현실적인 고민도 함께 해야 하고요.
오래 가는 크리에이터는 결국, 자기 이야기를 끝까지 해내는 사람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 이 글은 크리에이터 비즈니스 솔루션 CTEE(크티) 콘텐츠팀에서 작성하였습니다.